한 눈에 보는 근대 디자인사(산업 혁명과 디자인,만국 박람회와 수정궁)

Ⅰ. 산업 시대 개막

1. 산업 혁명과 디자인

1760년부터 1830년에 걸쳐 영국에서 발생한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은 공업은 물론이고 경제와 사회, 문화 전반을 뒤흔들고 그 구조를 크게 변화시켰다. 그 때까지 제품 생산은 인간의 손을 주로 한 수공업이었다. 이것은 전통적인 양식을 바탕으로 했으며, 기술을 전승받은 장인들의 노력과 정성으로 제품이 생산되었다. 그리고 주로 주문 생산이나 소량 생산이었기 때문에 가격이 높았다. 따라서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주로 소수의 귀족과 특권 계층이 수공예 제품을 향유하였다.

그런데 방적 기계의 계량으로부터 시작된 혁신적인 기술의 개발과 기계의 발명은 생산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고, 이는 ‘기계화’와 ‘대량 생산’, ‘대중화’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제품 생산 방식이 기계에 의한 생산으로 전환하였고, 동일한 제품을 다량으로 찍어내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가격이 낮춰져 제품 대중화가 촉진되었다.

이러한 기술의 변혁과 공업화는 디자인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첫째, 제품의 품질 저하를 들 수 있다. 기계를 이용한 대량 생산 방식은 제품의 품질을 떨어트렸다. 즉,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내고 분업화, 조립화 방식으로 생산하다보니 제품의 디자인이나 전체적인 질, 완성도가 낮고 조악했다. 이는 과거 숙련된 장인들의 솜씨로 만들어진 제품에 비하면 미적 수준이 현저히 떨어졌다.

둘째, 디자인의 장식화이다. 대량 생산한 제품을 차별화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이에 미술을 장식으로 필요로 하게 되었고, 그 결과 디자인은 부가적인 장식 또는 응용 미술 정도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예를 들어, 당시 영국은 면직물 산업이 융성하여 해외 무역의 주된 부분을 차지하였다. 그런데 영국의 면직물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디자인, 특히 문양의 역할이 컸다.

셋째, 기능 중시를 들 수 있다. 새로운 소재, 새로운 기술 등에 의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기능을 표현하려는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나타났다. 여기에 해당되는 예로 주철로 만든 건축물이나 교량, 탑 등의 구조물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기능을 순수하게 추구한 결과이며, 이것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쳐 향후 기능주의를 발전시키는 모태가 되었다.

 

 

 

2. 만국 박람회와 수정궁(토마스 하우페 2005)

기계화와 공업화의 시기인 19세기는 대형 국제 박람회의 시대이기도 했다. 박람회는 선진 국가들이 출품하는 제품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자리로, 산업 제품들이 경합을 벌이는 각축장이 되었다. 또한 자본주의 경제의 경쟁 무대였을 뿐만이 아니라 각 국가들의 국력을 과시하는 장이기도 하였다. 만국 박람회는 산업 발전의 이정표가 되었으나, 디자인 부분에서는 문제점과 무력함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많은 박람회들 중에서 ‘제 1회 런던 만국 박람회’에 대해 살펴보겠다(김수석 2003).

19세기 중엽 영국은 세계 각지의 식민지로부터 자원을 거두어들이고, 산업혁명과 대량 생산 설비 등을 통해 공업적, 경제적으로 발전하였으며, ‘세계의 공장’으로 크게 융성하였다. 이러한 배경 하에 영국이 그 힘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하여 개최한 것이 바로 제 1회 런런 만국 박람회였다. 박람회는 1981년 5월 1일부터 10월까지 141일 동안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개최되었고, 총 604만 명이 관람하였다. 그리고 약 40개국에서 15000점의 제품이 출품되었다. 박람회의 건물이었던 수정궁(Crystal Palace)은, 철과 유리로 된 대규모 건물로는 최초였으며, 조립 공법(Prefabrication)으로 건축되었고, 산업 기자재가 기능적이면서도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수정궁은 온실 ․ 정원기사였던 팩스턴(Joseph Paxton)이 지은 것으로, 대형 전시관의 난제인 ‘적합한 채광’과 ‘신속한 건립’이라는 문제를 철과 판유리 조립으로 해결하였다. 이 건축물에는 약 30만 장의 유리와 1,851피트의 철근이 사용되었는데, 부자재는 모두 규격화되어 공장에서 미리 생산하였으며 모든 접합부가 볼트 조임으로 이루어져 있어, 공사 기간을 6개월로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 이러한 팩스턴의 조립 공법은 건축 양식의 새로운 분기점을 이루었다.

한편 만국 박람회에 출품된 전시품들은 기계로 제작되어 미적 수준이 낮았고, 과도한 장식과 문양, 역사주의 스타일의 모방 등으로 비난을 받았다. 잼퍼는 런던 만국 박람회를 ‘지리멸렬한 형태의 혼합이나 유치한 장난’이라고 평했고, 런던 타임스는 ‘좋은 취향에 대한 죄악’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박람회는 새로운 기계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렸고,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가 있다.